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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Jul/100

[늘푸른길의 책]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 이제석

여전히 신문 하단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각종 광고는 글로 빽빽하다.

예전과 달리 여백을 주고 공간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품을 알리는 ‘텍스트’들이 가득하다. 제목과 제품을 설명하는 작은 글씨들이 나머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 지면광고도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형식으로 변화하면서 글보다는 비주얼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글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광고제작사는 이를 탈피하려 이길 수 없는 ‘줄다기’를 한다.

이상과 달리 돈이 나오는 곳이 어딘가? 광고제작사는 ‘높은 분’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제작사의 제작안을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가 수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도 많은 광고제작사 소속의 크리에티이브 디렉터를 비롯한 디자이너, 카피라이터는 광고주의 광고제작을 위하여 새벽까지 달린다.

그러나, 이런 광고제작 형태, ‘돈지랄’ 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제석이 그 사람이다. “광고쟁이는 광고 하나로 보여주면 된다. 뭐 미주알고주알 밝힐 게 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판이 불리하면 뒤집어라!”

말도 시원하고 그의 행동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방송과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나는 광고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광고, 자극적인 광고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그는 소비자를 행동하게 하고 반응하게 하게 하는 ‘기본적인 메시지’ 전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광고와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광고는 어떠한가? 생각의 차이가 있는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할 만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는 이제석은 누구인가?

처음부터 그가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스펙’이라는 위력 앞에서 사회에 발들여놓는 것을 ‘거부’하는 기업과 만나는 것이 그의 현실이었다. 스펙의 위력에 어쩔 도리가 없던 그는 진짜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세상을 여행 홀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악착같이 매달리며 그는 그곳에서 광고의 실무를 익히고 자신만의 광고관을 세웠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은 그의 스펙이 어떻게 미국 뉴욕의 한 복판에서는 통할 수 있었을까? 그의 끊임없는 아이디어는 그가 뚫고자했던 차별을 결국 뚫었다.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곳에서 승부를 걸었고, 수많은 광고제는 그에게 상을 부여하고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세계적인 광고제작사로 들어가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뭔가가 빠져있음을 생각했다. 무엇일까? 바로 행복이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맛는 광고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통하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광고에서 찾았다. 공익광고는 그의 아이디어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했으며, 그의 코드와도 일치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만든 광고를 보고, 그가 왜 돈되는 광고대신 돈 안되는 공익광고, 캠페인 광고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기울이는가를 알게 된다.

“상업광고에 점점 정나미가 떨어져 가면서 나는 공익광고 쪽에 자꾸 눈이 갔다. 돈이 안 되는 척박한 여건이지만 공익광고의 내용과 목적이 내 유전자와 맞았다.”

고정관념과 위계질서와 상식을 뒤집는 것을 좋아하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그는 인정하지 않는다. 남들이 외면하는 것,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것을 그는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공익광고를 택했다. 광고쟁이로서 공익을 위해 기여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광고효과가 큰 광고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러나 광고제작사들은 결국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할 돈을 광고주로부터 받아내며 그 돈으로 ‘돈잔치’를 벌이며 광고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업적인 광고도 만들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광고비주얼은 대부분이 공익적인 캠페인성의 광고들이다. 그의 성향과 생각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짐작케 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곳에서 벗어나 그의 실력을 인정해줄 수 있는 곳으로 그는 과감하게 무대를 옮겼다. 그의 말대로 그는 그가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판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라’는 그의 말대로 얼마나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광고천재 이제석
이제석
학고재
2010. 4. 1

19Jun/100

[그림책 다시읽기]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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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서아프리카 옛이야기, 버나 알디마 다시 씀, 리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그림, 김서정 옮김, 보림 펴냄

이럴 때 강추!

막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 ‘애~앵’ 소리가 들릴 때, 무시하고 자려니 찜찜하고 불 켜고 박멸하려니 몸이 천근만근일 때, 모기는 못 잡고 잠만 확 달아나 TV를 켰는데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들리는 부부젤라 소리가 모기 1조 마리가 내는 소리와 똑같다고 느껴져 더 짜증날 때.

물린 곳이 가려워 긁을 때보다, 반경 1미터 안에 모기가 있음을 감지하는 순간이 더 끔찍하다. 어차피 남의 피를 빨며 살아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면 조용히 다가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재빨리 사라질 것이지, 왜 굳이 귓가를 어지럽히며 ‘애~앵’ 경고음으로 신경을 박박 긁는 것일까?

월드컵 열기의 진원지인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에게도 모기는 얄밉고 골치 아픈 존재였나 보다.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는 서아프리카에서 예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를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 버나 알디마가 다시 쓰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딜런 부부(리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가 그림을 그려 완성한 책이다. 이야기 자체도 뛰어나지만, 목판에 새겨 찍어낸 판화 같은 질감과 독특한 구성,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색감이 어우러진 삽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한국 부모들이 특히 좋아하는) ‘칼데콧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널리 읽혔다.

mogi_1칼데콧상은 미국 어린이도서관협회가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그림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삽화를 그린 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 협회가 어린이책 작가(글쓴이)에게 주는 ‘뉴베리상’과 더불어 ‘그림책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린다는 설명이 많은데, 좀 과장된 얘기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들만 출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림책 역사나 문화가 미국보다 한참 앞선 유럽(’칼데콧’은 미국인이 아니라 18세기 영국 삽화가다)이나 ‘떠오르는 신예’인 아시아 등 지구촌 그림책을 두루 아우르는 상은 결코 아니다.

어쨌거나 수상작들이 우수한 작품인 것만은 분명해서, 창작 그림책은 적은데 그림책 수요는 급등하던 1990년대 들어 경쟁적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상이 처음 제정된 1937년부터 역대 칼데콧상(금상 1편)과 칼데콧 아너(은상 5편) 수상작 대부분이 지난 십 여 년 간 국내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칼데콧상’은 어린이책 시장의 흥행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서점에서 표지에 금장과 은장을 큼직하게 박아 넣은 그림책을 보시거든, ‘아, 칼데콧상 수상작이구나’ 여기시면 되겠다.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면, 할머니는 한 많은 처녀 귀신의 서스펜스 넘치는 복수극(장화 홍련)으로 나와 동생의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드셨다. 아프리카의 엄마들은 밤마다 손부채로 모기를 쫓으면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를 들려주었을까? 이 작은 흡혈동물의 짜증나는 소음에 대한 아프리카 엄마들의 재기발랄한 주장은 이렇다.

mogi_3어느 날 아침, 모기가 물을 마시는 이구아나에게 황당한 소리를 한다. “어떤 농부가 고구마를 캐는데, 글쎄 그게 나만큼이나 크더라고!” 리플에 목말라 황당한 주장을 하는 ‘관심병 환자’에게는 무플이 최고다. 이구아나는 나뭇가지 두 개로 귀를 막고 멀리 가버린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지나가던 비단뱀이 이구아나를 보고 인사를 했는데, 귀를 막은 이구아나가 대답을 안 하자 “화가 났나 봐, 나한테 나쁜 주문을 거는 거 아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소심한 비단뱀은 토끼 굴로 숨고, 놀란 토끼는 굴 밖으로 뛰어나간다. 대낮에 토끼가 뛰어다니는 걸 보고 위험을 감지한 까마귀가 ‘까악 까악’ 울고, 옆에 있던 원숭이가 ‘꺅꺅’ 소리지르며 법석을 떨다 썩은 나뭇가지를 밟는다. 나뭇가지가 올빼미 둥지를 덮치는 바람에, 아기 올빼미 한 마리가 죽고 만다. 집에 돌아온 어미 부엉이는 슬픔에 잠겨 하염없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올빼미가 울어야 새벽이 오는데, 울지 않으니 며칠째 밤이 계속된다. 사자 왕의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가 열린다. 어미 부엉이는 원숭이를 지목하고, 원숭이는 까마귀를, 까마귀는 토끼를, 토끼는 비단뱀을, 비단뱀은 이구아나를 지목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비극이 모기의 황당한 ‘구라’에서 시작됐음이 드러난다.

“모기를 혼내 줘요! 모기를 혼내 줘요!” 동물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 어미 부엉이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진심 어린 ‘공감’일 터. 사자 왕과 숲 속 동물들은 모기를 ‘응징’해서 사건을 종결하는 게 아니라, 어미 부엉이의 슬픔에 ‘공감’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어미 부엉이는 다시금 해를 부르고, 숲 속엔 아침이 찾아온다.

한편 가까운 덤불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모기는, 숲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직도 다들 나한테 화가 나 있어?” 그러면 아주 솔직한 대답이 돌아온다나?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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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 환자인 모기가 끝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세상 모든 모기에겐 원죄가 있다. 분수 모르고 뻥쳤다가 아기 부엉이의 생명을 잃게 한 죄. 어미 부엉이와 숲 속 동물들의 이름으로, 오늘 밤도 모기들을 남김없이 단죄해 기필코 정의를 실현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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