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C의 진정한 전쟁터는 가정”…박재현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지난 6월 20일,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PCC)이 다가온다는 기획 기사를 시작했다. PCC는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보유한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사용하던 사진, 동영상, 주소록, 오피스 문서, 게임, 메일 등의 콘텐츠들을 최신의 상태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이번 기획기사는 현재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 조망해 보는 글이었다. 기획 기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KT가 유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LG유플러스도 ‘유플러스박스’를 제공하면서 이 경쟁 대열에 발을 담갔다.
이 기획 기사는 지난 8월 12일, ‘성큼 다가온 PCC 시대, 준비되셨나요?‘라는 글로 끝은 맺었다. 긴 레이스를 끝내면서 한숨을 쉬려는 찰라, 이 글이 공개된 날 트위터 아이디 @wisefree 님이 소셜댓글 서비스를 통해 ‘포탈들의 PCC라는 서비스는 이미 진행중인 서비스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PCC는 아니다. 진정한 PCC란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정보의 자주권을 갖고 멀티 디바이스상에서 자유롭게 접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털들은 여전히 이러한 PCC를 사용자 Lock-in을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라는 아주 뼈아픈 태클이 들어왔다.
그래서 주저없이 만났다. 준비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 빈틈을 새로운 시각을 가진 독자의 식견으로 채우면서 약점을 보완해 낼 수 있음에 오히려 감사했다. 이제 시작되는 시장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에 즐거움은 배가 됐다.
8월 20일 간단히 저녁을 함께 하고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wisefree님을 만났다. 그는 박재현 삼성전자 모바일솔루션센터(MSC) 수석 연구원이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첫 서비스 모델인 ‘소셜허브’를 개발한 장본이면서 삼성전자에 합류 전에는 씽크프리의 최고기술임원(CTO)으로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관련 글을 쓰면서 한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그는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씽크프리를 통해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도 있는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그가 현재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번 인터뷰는 클라우드 전문가로서의 그의 견해지 삼성전자의 전략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그의 블로그인 ‘소프트웨어에 날개를 달자‘에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그는 웹이라는 이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한 개발자다. 관련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은 멋진 한 개발자의 식견을 함께 공유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
박재현 수석은 “블로터닷넷의 글이 아주 재미나고 유익했지만 PCC의 범위를 너무 한정시켰어요”라는 말로 폐부를 찌르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의 클라우드의 경우에도 퍼블릭과 프라이빗이 있죠. 개인화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퍼블릭한 PCC가 있고, 프라이빗 PCC가 있죠. 블로터닷넷의 PCC는 개인들의 정보 자주권을 모두 통신사나 포털에게 넘기는 부분만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도 조금씩 개화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가장 큰 전장터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제 3의 서비스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 스스로가 통제한다는 것이다. 쉽사리 이해가 안갔다. 그는 홈서버 역할을 하는 NAS(Network Attacked Storage)를 비롯해 애플의 타이머신 같은 장비를 예로 들었다. 애플의 타이머신은 애플 장비들과 무선으로 연동되는 1TB 또는 2TB 하드드라이브가 내장된 제품이다. 타임캐슐을 이용해 처음으로 백업을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변경된 파일만 자동으로 백업이 된다. 또 국내 외장하드 전문 업체인 새로텍과 같은 업체들의 행보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현 수석은 “개인이 생성하는 수많은 데이터들과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고,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던지 접속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장비들과 솔루션들이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라면서 “집 안에 대형 중앙 스토리지가 위치해 있고, 사용자는 집안이던 외부에 있던 언제든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죠. 모든 개인들이 자신의 정보를 통신사나 포털과 같은 업체들에게 모두 맡기기 보다는 우선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선별적으로 데이터들을 분산해 놓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언뜻 듣고 갑자기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한 때 초고속인터넷 붐을 타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와 같은 가전 업체들과 통신사, 인텔과 HP,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업체, 직접 건물을 지으면서 한꺼번에 이 시장을 삼키려던 건설사 등이 홈 네트워킹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했다. 또 앞다퉈 가정 내 모든 기기들을 엮을 수 있는 ‘홈서버’의 정체를 놓고 치열한 논쟁도 일어났었고, 자칭 홈서버를 출시했던 이들도 있었다. 가전 업체들은 자사의 기기들을 자신들만의 표준 프로토콜로 엮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고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못받았다. 아련한 추억 속의 ‘홈서버’가 순간 떠올랐다.
그래서 물었다. 아니 철지난 논쟁 속에 다시 빠지려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는 웃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박재현 수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무선랜 지역으로 이동하면 사용자가 한번 설정해 놓은 곳들은 그냥 자동으로 3G에서 무선랜 접속으로 바뀌죠. 편하죠. 개인들이 보유한 이런 PCC 제품들이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접속되고 그 안에 있던 주소록이나 동영상, 사진, 문서들이 중앙의 스토리지에 자동으로 백업되고 동기화된다고 보세요. 얼마나 편하겠어요”라고 전하면서 “예전에는 구현하려고 해도 서로 다른 프로토콜들이 있었고, 또 막상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죠. 지금은 웹이 일반화돼 있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요.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도 한결 수월해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적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HTML 5 중 디바이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에 대해 말했다. 웹 브라우저가 HTML5를 지원하게 되면 하드웨어를 개발할 때 하드웨어에서 이 기술을 지원하면 자바 스크립트로 디바이스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웹 프로그래밍으로 아주 손쉽게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도 웹브라우저가 탑재되는 시대다.
박 수석은 “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트위터로 집에 있는 청소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죠. 아니면 트위터는 집의 홈 서버에 명령을 내리면 이 홈 서버가 해당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죠. 똑같은 걸 하려고 하지만 예전엔 이런 것들을 구현하려면 무척 힘들었어요.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나 국내외 전문 업체들이 프라이빗 P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이유도 웹 기술이 그만큼 보편화돼 있고, 개발자들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라면서 ” 왜 HP가 프린터들에 IP를 부여하면서 웹으로 모두를 엮으려고 하겠어요? 거대한 플랫폼화를 시도하는 거죠. 웹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죠”라고 강조했다.
홈 네트워킹 관점이 아니라 개인이 콘텐츠를 어떻게 다루고 이를 통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 지를 중심으로 다시 접근하면 쉽게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런 사용자 중심의 사고는 현재 어떤 기술들이 등장해 있고, 이런 기술들을 잘 조합하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서비스를 위한 중심에 “겔럭시탭이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 그 위치를 점할 지, 아니면 인터넷 브라우저가 탑재된 인터넷TV가 될지, 혹은 액세스 포인트와 NAS가 결합된 장비가 될지 이제 경쟁이 시작된 셈이죠”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시장을 보고 실리콘벨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벤처와 서비스 중심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많은 개인들은 이런 제품을 직접 선택해 조작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옮겨놓을 것인지 말이다. 얼리어답터들은 이미 앞서 밝힌 초기 모델들을 구매해 이미 자신의 콘텐츠와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접속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산 속도는 더디다. 여전히 얼리어답터들의 전유물에 가까워 보인다.
박재현 수석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 데이터 저장소로 옮겨가고 이걸 친구나 부모들과 손쉽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죠. 그걸 제대로 구현을 못해준 거죠. 애플을 보세요. 애플은 자신들의 하드웨어들을 서로 연동될 수 있도록 제품들을 내놓고 있죠. 가정 내 저장도 된 데이터들은 자신들이 만든 대형 데이터센터와도 연동돼 유기적인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이죠”라면서 “다양한 제품들을 제대로 엮어내고 개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불가피한 요소죠. 실리콘벨리의 신생 벤처들은 대부분 이런 핵심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업체들이죠. 새로운 기회를 본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전 업체들은 이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 박 수석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시도하는 사람만이 주도할 수 있죠. 과거의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들이 꿈꿔오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사람들이 준비돼 있거든요”라 말했다. 우리나라 가전 업체들의 하드웨어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이식할 수 있는 인재들의 결합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확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박재현 수석과 인터뷰를 끝내고 박 수석이 언급했던 많은 기업들 중 하나인 회사에 전화를 했다. 박재현 수석이 말한 그런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구현하고 있는 업체를 직접 탐방해 보는 것만큼 빠른 이해는 없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품이 든 기획기사를 끝내고 여유를 가져보려고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덕분에 프라이빗 PCC를 위한 업체들을 수소문해서 지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올 여름과 가을은 PCC에 파묻혀 살아갈 것 같다.
처음 PCC를 취재할 때도 정확한 용어와 서비스 형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어쩌면 그 빈틈을 박수석과 새로운 업체들과의 인터뷰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중이다. 누구를 만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기획-PCC] (1)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이 다가온다
- [기획-PCC] (2) SKT, “망 보유 자체가 이미 경쟁력”
- [기획-PCC] (3) 한국MS,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다”
- [기획-PCC] (4) NHN, “오픈 API로 생태계 만든다”
- [기획-PCC] (5) 아이튠즈 사용자가 애플의 클라우드 고객
- [기획-PCC] (6)구글 자체가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 [블로터포럼] 성큼 다가온 PCC 시대, 준비되셨나요?
[정부2.0] “e약자 접근성 배려는 공공 서비스의 의무”
“거버먼트2.0은 전자정부와 달리, 시민 참여가 바탕이 되는 유연한 서비스 아닌가요. 그러려면 접근성 문제는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항입니다. 어떤 기술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오픈API든 자바든, 정부 서비스 밑바탕에 깔린 개념은 소통과 참여일 겁니다. 장애인과 같은 정보접근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정부2.0이 돼야 겠지요.”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와 데이터를 개방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려면 ‘접근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이른바 거버먼트2.0 사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정보접근지원부 홍경순 부장은 “웹 저작도구와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 프로그램(유저 에이전트), 정보화 보조기기 모두에 접근성 지침이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 저작도구란 말 그대로 웹사이트나 웹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를 가리킨다. 유저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웹사이트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쓰는 웹브라우저나 멀티미디어 재생기 같은 프로그램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보조도구는 장애인들이 PC나 웹을 이용하는 데 쓰는 보조기기다.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에서도 웹 저작도구나 유저 에이전트에 대한 접근성 준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어요. 이미 1.0이 나왔고, 2.0 드래프트(초안)도 마련돼 있죠. 국내에서도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같은 곳에서 웹 저작도구 개발시 준수할 지침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아는 국내 개발업체는 드문 형편입니다.”
홍경순 부장은 “특히 장애인이라면 어느 한 부분에서 접근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제대로 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장애인’이란 물리적 기능 장애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저해상도 모니터로 웹을 이용하는 사람, 저속도 인터넷망으로 접근하는 사람, 휴대기기처럼 좁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쓸 수 밖에 없는 사람 모두 접근성 문제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인 셈이다.
웹브라우저 접근성에 대한 요구와 논의는 이미 전세계에 걸쳐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특정 웹브라우저에서만 제대로 돌아가는 기술이나 콘텐츠를 되도록 쓰지 않고, 다양한 운영체제나 웹브라우저에 관계 없이 웹사이트 주요 기능에 접근하고 쓸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저작도구나 보조기기 문제까지 파고들어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예컨대 웹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장애인이 있다고 칩시다. 그가 이용하려는 웹 저작도구가 제대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해당 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일 겁니다. 포토샵이나 드림위버 같은 해외 패키지SW는 대체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고, 기업별로 자체 접근성 지침도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만 해도 재활법 508조에 따라 법에 의해 생산되는 SW는 접근성 지침을 준수해야 하고, 그러지 않은 제품은 연방법에 따라 납품이 거부됩니다. 국내에서도 나모웹에디터 같은 패키지SW가 호환성과 접근성 문제를 고려한 기능을 넣는 추세죠.”
웹 접근성 문제도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웹이란 게 단순히 HTML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죠. CMS나 다양한 부가 솔루션이 덧붙습니다. 이런 부가기능 자체가 접근성을 준수한 상태로 나와야 하는데, 이 경우 여러 기술들이 쓰이다 보니 문제가 복잡해지곤 하죠. 기본적으로 웹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고, 여기에 사용자 도구나 저작도구 접근성 문제까지 아울러야 제대로 된 웹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홍경순 부장은 “웹 접근성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지침을 잘 지키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웹에 올린 이미지에 이미지 설명(알트 텍스트)를 넣느냐 안 넣느냐, ‘온 마우스’ 기능에 더해 키보드로 주요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온 키보드’ 속성까지 정의해주느냐의 간단한 문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교육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접근성 문제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제도가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죠. 접근성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액티브X’나 ‘플래시’ 같은 기술도 접근성 기능은 자체에 들어 있어요. 그걸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이른바 ‘속성 과정’으로 해결하다보니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확산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접근성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홍경순 부장은 “트위터 같은 SNS도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선 불친절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봄 미국에서 열린 장애인 IT 접근성 전시회에서 트위터가 시각장애인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가 본격 대두됐어요. 액세서블트위터 같은 대안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처럼 요즘 뜨는 SNS의 접근성 문제에 대한 검증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SNS의 기본 속성이 소통인데, 이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모바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폰만 봐도 스크린 리더 기능을 기본 내장하고 있어요. ‘설정→일반→손쉬운 사용’으로 들어가면 화면 내용을 한글로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부터 ‘확대·축소’, ‘큰 텍스트’ 같은 장애인을 위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하고 있죠.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에도 접근성 메뉴가 있긴 한데, 아직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갤럭시S는 아예 접근성 지원 기능조차 없어요. 미국만 해도 법으로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홍경순 부장은 “정부에서 데이터와 콘텐츠를 개방한다고 하는데, 정부 데이터베이스 자체의 접근성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정부 DB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장애인은 사실상 쓸 수 없기 때문”이란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앞다퉈 내놓는 모바일용 응용프로그램(앱) 접근성 문제도 더 늦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휴대폰이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을 지원한다 해도, 앱에서 접근이 막히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주요 은행들이 내놓는 모바일 앱만 봐도 주요 메뉴가 온통 이미지로 덮여 있다. 이미지 설명 속성값(알트 텍스트)이 들어 있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스마트폰 앱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홍경순 부장은 “중요한 건, 대체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신기술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플래시나 자바스크립트로 구현한 웹 콘텐츠가 모바일 브라우저에선 안 보이는 경우가 있겠죠. 예컨대 아이폰 브라우저에서 플래시 콘텐츠가 안 뜬다고 해도 대체 방법만 제공한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웹에서의 접근성만 제공하면 다 됐다는 생각들, 스마트폰과 모바일웹 대중화 시대에선 바뀌어야겠죠.”

